
2022년 암호화폐 시장의 핵심 붕괴는 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테라·루나의 급락은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의 취약성을 드러냈고, 쓰리애로우스캐피털(3AC) 파산은 고레버리지 운용이 어떻게 연쇄 부실로 번지는지 보여줬다.
두 사건은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진다. 그러나 자산 가격의 급변, 담보 가치의 붕괴, 강제청산, 자금 경색이 한 줄로 이어졌다는 점에서는 정확히 맞물린다. 이 둘은 함께 보면 시장 시스템의 실패로 읽는다.
테라 붕괴와 연쇄 파산의 출발점
테라USD(UST)는 1달러 페깅을 유지하도록 설계된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다. 문제는 루나(LUNA) 발행과 소각 메커니즘에 신뢰를 의존했다는 점이다. 시장이 안정적일 때는 작동하는 듯 보였지만, 신뢰가 흔들리는 순간 방어력이 급격히 약해졌다.
2022년 5월 UST는 1달러 아래로 이탈했고, 루나는 초과 발행 압력 속에서 사실상 무한 증식에 가까운 공급 충격을 받았다. 며칠 사이 수십조 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증발했고, 시장은 “알고리즘이 가격을 복원한다”는 가정이 얼마나 취약한지 확인했다. 이 사건은 담보와 신뢰의 동시 붕괴다.
- UST 이탈이 먼저 발생한다.
- 페그 방어를 위해 루나가 대량 발행된다.
- 루나 가격이 급락하면서 방어 수단이 약해진다.
- 시장 참여자가 더 빠르게 이탈한다.
- 유동성이 고갈되며 붕괴가 가속된다.
이 순서는 이후 다른 가상자산 운용사에도 충격을 줬다. 테라 생태계에 노출된 기관과 펀드는 보유 자산의 평가가 흔들렸고, 담보로 잡힌 코인 가치가 떨어지면서 차입 구조 전체가 흔들렸다. 테라·루나 붕괴는 시장 전반의 레버리지 리스크를 촉발한 사건이다.
3AC 캐피탈의 고레버리지 구조
쓰리애로우스캐피털(3AC)은 싱가포르 기반 크립토 헤지펀드로, 시장 상승기에는 공격적인 차입과 대규모 포지션 확대로 유명했다. 핵심은 자기자본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레버리지 전략이었다. 수익률이 높아질 때는 빠르게 커지지만, 반대 방향으로 가면 손실도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3AC가 흔들린 가장 큰 이유는 다중 익스포저다. 테라 계열 자산 노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하락, 대출기관으로부터의 마진콜이 동시에 겹쳤다. 특히 담보 가치가 급락하면 추가 담보를 넣거나 포지션을 축소해야 하는데, 시장이 동시에 얼어붙으면 그 선택지가 거의 사라진다.
3AC의 파산은 2022년 6월경 본격화됐고, 이후 채권자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확인했다. 공개 자료와 법원 절차를 종합하면 3AC는 수억 달러 단위의 테라 관련 손실 가능성에 노출돼 있었고, 여기에 다른 거래소·대출 플랫폼에 대한 차입도 쌓여 있었다. 자산이 줄어든 속도보다 부채가 회수되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 파산은 시간문제가 된다.
실무적으로 보면 3AC는 “좋은 자산을 오래 들고 가면 된다”는 식의 운용이 아니었다. 레버리지, 파생, 담보대출, 상호 차입이 복합된 구조였다. 이 구조에서는 하나의 자산이 30%만 하락해도 담보비율이 임계점 아래로 떨어질 수 있고, 50% 하락이면 사실상 강제청산 구간에 진입한다.
붕괴를 키운 시장 메커니즘
테라와 3AC의 연결고리는 유동성이다. 테라가 무너질 때 시장은 위험자산 전반을 재평가했고, 그 과정에서 고위험 포지션은 담보가치 하락과 동시에 압박을 받았다. 3AC 같은 대형 운용사는 이 구간에서 가장 먼저 공격받는 주체 중 하나였다.
손실 전달 방식이 중요하다. 1차 충격은 테라의 가격 붕괴였고, 2차 충격은 3AC 같은 큰 손의 디레버리징이었다. 3차 충격은 대출기관과 거래소의 대손 위험 확대였다. 이 연쇄는 결국 시장 전체의 신용 팽창을 멈추게 만들었다.
- 가격 하락은 담보 가치를 즉시 줄인다.
- 담보 가치 하락은 마진콜을 유발한다.
- 마진콜은 강제매도를 촉발한다.
- 강제매도는 추가 하락을 만든다.
- 추가 하락은 다시 담보가치를 깎는다.
이 고리는 전통 금융에서도 존재한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은 거래시간이 24시간이고, 변동성이 크며, 담보 자산과 차입 자산이 같은 시장 안에서 동시에 거래된다는 점이 다르다. 급락이 시작되면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할 장치가 함께 압박을 받는다.
테라 사태 이후 3AC가 버티기 어려웠던 이유는 복구 시간의 부재다. 전통 시장은 일부 영업정지, 유동성 공급, 증거금 조정으로 시간을 벌 수 있다. 반면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가격이 몇 시간 단위로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어 시간 자체가 자산이 된다. 그 시간이 없으면 회복도 없다.
피해 확산과 파산 절차의 의미
3AC 파산은 대형 기관의 실패가 후속 피해를 얼마나 넓게 퍼뜨리는지 보여줬다. 3AC에 자금을 빌려준 대출기관과 거래 상대방은 회수율을 두고 소송에 들어갔고, 일부 플랫폼은 유동성 위기까지 겪었다. 셀시우스, 블록파이 같은 대출형 플랫폼의 위기와도 맞물리며 암호화폐 신용시장 전반이 냉각됐다.
파산 절차의 핵심은 자산과 부채를 법적으로 정리하는 데 있다. 그러나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높고, 온체인 자산과 오프체인 자산이 분산되어 있어 회수 작업이 복잡하다. 청산 시점에 따라 잔존가치가 크게 달라지고, 채권자 간 우선순위 다툼도 길어진다. 법원이 자산을 동결하더라도 이미 빠져나간 가치까지 되돌리기는 어렵다.
테라·루나와 3AC가 남긴 숫자는 단순한 손실액이 아니다. 테라는 약 400억 달러 규모의 충격으로 자주 언급되고, 3AC는 수십억 달러의 채무 불이행과 청산 손실을 남겼다. 숫자 차이는 크지만, 구조적 결론은 같다. 검증되지 않은 수익 모델과 과도한 차입은 위기 때 가장 먼저 무너진다.
이 사건들은 규제 공백의 문제도 드러냈다. 자율규제만으로는 대규모 부실 전이를 막기 어렵고, 공시·레버리지·담보평가 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2026년 현재 일본이 가상자산 규제를 금융상품거래법 체계로 옮기는 흐름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시장이 커질수록 제도화 속도는 안전장치가 된다.
투자자가 점검할 경고 신호
테라와 3AC는 투자자에게 세 가지 경고를 남겼다. 첫째, 구조가 복잡할수록 수익의 원천을 따져야 한다. 둘째, 높은 연수익률 뒤에는 반드시 높은 위험이 있다. 셋째, 담보가 코인으로만 구성된 대출 구조는 급락기에 순식간에 무력화된다.
특히 고수익 디파이,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레버리지 펀드는 외형만 보면 세련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뢰와 유동성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항목은 준비자산, 차입 구조, 청산 규칙, 외부 감사 여부다. 이 네 가지가 불명확하면 위험 신호로 봐야 한다.
다음 기준은 실제로 유용하다. 준비금이 온전히 현금성 자산인지, 수익률이 프로토콜 수수료에서 나오는지, 아니면 신규 자금 유입에 의존하는지, 담보비율이 몇 퍼센트에서 강제청산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담보비율 150%와 110%는 전혀 다르다. 변동성이 큰 자산에서는 10~20%의 가격 하락이 청산을 촉발할 수 있다.
이 사건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과거를 회상하려는 것이 아니다. 같은 구조가 이름만 바꿔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고리즘, 수익률, 기관 운용, 실물 연계라는 말이 붙어도 본질이 차입과 담보의 결합이면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FAQ
Q. 테라 사태와 3AC 파산의 가장 큰 연결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연결점은 신뢰 붕괴가 레버리지 붕괴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테라 붕괴가 자산 가격과 담보 가치를 무너뜨렸고, 3AC는 그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 채 파산 절차로 들어갔다.
Q. 3AC는 왜 테라 붕괴에 취약했나
3AC는 공격적 차입과 다중 익스포저에 의존한 운용을 했다. 테라 관련 손실이 발생한 뒤에도 다른 포지션의 담보가 동시에 하락하면서 버틸 여력이 사라졌다.
Q.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모두 위험한가
모두 위험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준비자산이 약하고 시장 신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구조는 취약하다. 담보형 스테이블코인보다 충격 흡수 능력이 낮은 경우가 많다.
Q. 개인 투자자는 어떤 지표를 먼저 봐야 하나
준비자산 구성, 실시간 유동성, 강제청산 조건, 외부 감사 여부를 먼저 본다. 수익률만 강조하는 상품은 구조보다 홍보가 앞서는 경우가 많다.
Q. 이런 사건이 규제에 남긴 영향은 무엇인가
거래소 상장 기준, 공시 의무, 레버리지 통제, 이용자 보호 장치 강화 논의가 빨라졌다. 테라·루나와 3AC는 가상자산 시장이 제도 밖에서 더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 대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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